나는 돌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이다. 마을 어귀의 선돌, 서낭당의 돌무더기, 고인돌처럼, 우리 조상들은 자연을 다스리기보다 자연에 기대어 그 곁에 머물렀다. 손대지 않은 듯 손댄 것, 꾸미지 않았기에 오히려 깊은 것. 내가 가구를 만들며 붙들어 온 것은 결국 이 무위자연(無爲自然)의 태도다.
그러나 나는 이 시대의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는 손바닥만 한 화면을 통해 현실과 사이버 공간을 쉼 없이 오가며 산다. 전통을 지키는 일이 옛 형태를 되풀이하는 것이라면, 나는 거기에 머물 생각이 없다. 조선의 목수가 그 시대의 연장으로 가장 좋은 가구를 만들었듯, 나는 내 시대의 도구로 그 정신을 다시 쓰고 싶다.
2000년대 중반, 나는 CNC로 깎은 합판을 한 장씩 겹쳐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디지털 데이터에서 출발했지만 결과물은 나뭇결과 손의 온기를 품은 덩어리였다. 얇은 층이 쌓여 하나의 형태가 되는 과정은 시간이 쌓여 전통이 되는 과정과 닮아 있었다. 「Multi-Layer Furniture」와 「Mass Furniture」는 그렇게 태어났다.
보령의 채석장에서 직접 고른 돌을 3D로 스캔하고, 그 데이터를 비틀고 깎아 다시 출력한다. 금빛, 은빛으로 덧입힌 ‘디지털 돌’은 진짜 돌과 맞물려 하나의 의자가 되고 탁자가 되고 탑이 된다. 옛 목수가 돌의 굴곡에 맞춰 나무를 깎던 그랭이 기법을, 나는 컴퓨터 안의 연산으로 다시 해 본다. 돌처럼 보이지만 돌이 아닌 것, 「This Is Not A Stone」. 그 작은 인지의 착오 속에서 원본과 복제, 자연과 기술의 경계가 흔들린다. 그 흔들림이 내가 보여 주고 싶은 이 시대의 자연이다.
의자는 이집트 시대부터 지금까지 수직과 수평과 수직이라는 같은 구조를 지녀 왔다. 그런데도 의자마다 그 시대가 읽힌다. 나는 내 가구가 먼 훗날 21세기 초를 읽게 하는 한 장의 초상이 되기를 바란다. 절제된 자연주의적 아름다움과 디지털 시대의 사유가 함께 담긴 초상 말이다.
스무 해 가까이 학생들과 함께 밀라노, 런던, 파리, 쾰른의 전시장에 서 왔다. 젊은 디자이너들이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 순간을 지켜보는 일은 내 작업만큼이나 소중하다. 이제 나는 리빙디자인센터에서 AI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도구를 앞에 두고 있다. 도구는 바뀌어도 질문은 같다. 우리는 자연과 어떻게 함께 머물 것인가.
가장 오래된 자연 소재인 돌을 3D 스캔해 데이터로 바꾸고, 변형·복제한 뒤 3D 프린팅과 CNC로 다시 물질화합니다. 원본 돌과 ‘또 하나의 돌’은 한국 전통 건축의 그랭이 기법을 디지털로 옮긴 이음으로 맞물립니다. 영상은 연구실 대형 3D 프린터로 「another Stone」 볼을 한 층씩 쌓아 올리는 과정입니다.




보령석과 디지털로 만든 돌을 결합한 아트퍼니처. 3D 스캔·변형·출력 후 금과 은으로 도금한 ‘디지털 돌’을 자연석 위에 ‘디지털 그랭이’로 맞물렸습니다. 2016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박사학위청구전에서 처음 발표했습니다.


돌을 3D 스캔해 디지털 데이터로 바꾸고, CNC 가공과 3D 프린팅으로 복제·변형한 뒤 전통 옻칠로 마감했습니다. 원본과 복제 사이에서 생겨나는 가치를 사유하며, 민간신앙 ‘돌서낭’을 모티브로 구복과 행운의 뜻을 담았습니다.









가상공간의 오브제를 3D 스캔과 3D 프린팅으로 현실의 물질로 옮긴 데스크 오브제 연작. 돌처럼 보이지만 돌이 아닌 ‘인지의 착오’로 즐거운 놀라움을 주며, 디지털 복제가 원본과 다른 새로운 가치를 얻는 과정을 탐구합니다.
옆으로 넘겨 보세요. 3D 프린팅한 PLA에 천연 페인트로 마감한 오브제들입니다. 2025년 밀라노 SaloneSatellite에 「White Handle」을 출품했습니다.



















돌처럼 보이지만 돌이 아닌 것. 자연석을 3D 스캔해 흑과 백의 데스크 오브제로 출력한 첫 연작으로, 2015년 임립미술관 개인전 「This Is Not A Stone」 무렵 촬영한 작품들입니다.






디지털과 가구의 결합은 2004년 쿠킹랩으로 감싼 「King’s Furniture」, 2005년 LCD 화면을 품은 의자에서 시작해, CNC로 깎은 합판을 겹겹이 쌓은 「Multi-Layer Furniture」(2007)와 개인전 「Mass Furniture」(2012)로 이어졌습니다.
















김건수는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같은 대학원에서 가구를 공부했다. 석사 논문에서 박사 논문 「한국의 자연주의적 정신과 디지털 프로세스를 결합한 아트퍼니처 연구」(2017)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심은 한국인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각 시대의 기술이 하나의 사물 안에서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향해 왔다.
1997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Studio for Six」에서 출발해, LCD 화면을 품은 의자(2005), CNC 합판을 겹겹이 쌓은 「Multi-Layer Furniture」(2007), 개인전 「Mass Furniture」(2012)를 거쳐, 2015년 이후 자연석을 3D로 스캔·변형·출력해 실제 돌과 결합한 「This Is Not A Stone」, 「another Stone and Stone」, 「another Stone Tower」 연작으로 디지털 시대의 아트퍼니처를 열었다.
서울공예박물관, 트리엔날레 밀라노 디자인 뮤지엄, 가나아트갤러리,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2006년부터 국립공주대학교 가구리빙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2025년부터 (사)한국가구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06년부터 국립공주대학교 가구리빙디자인학과에서 가르치며 학생 작품의 국내외 전시를 직접 기획·인솔·지도해 왔습니다. 2010년 런던 디자이너스 블록의 학생 작품은 영국 매거진 「MIX」에 소개되었고, 2026년 파리 디자인 위크 「Living Layers」는 영국 Culturalee가 꼽은 ‘주목할 6대 전시’에 들었습니다.





2026 파리 디자인 위크 「Living Layers」 선정
998회 출연, 2025.9
「가구산업의 미래」 출연, 2025.7
Issue 22, 런던 디자이너스 블록 학생전, 2010
그 외 홍림회전(2000–, 매년), 임립미술관 초대전(2006–2024), 한일미술교류전(2007–2023), 충남산업디자인협회전(2006–2023), 래미안갤러리 기획전(2006), 한국정예작가초대전(2005), 한국가구학회 국제세미나 회원전(2004·2005, COEX), 한국공예가협회전(2001·2004·2005, 예술의전당·서울시립미술관), 팡당 조형회전(2000–2005), KCC 크라프트페어(2004), 헤이리 겨울빛축제(2004), 부산대학교 교수작품전(2003), 拿無展(2002, 한국공예문화진흥원), 서울리빙디자인페어(2002), 손·발展(2000), KOFURN(2000) 등 다수
학회 활동: (사)한국디자인학회, (사)한국상품학회, (사)한국공예가협회, (사)한국미술교육학회, (사)한국미술협회, 공주미술협회, 충남미술협회, 충남산업디자인협회